수 년전 일본 오사카 근교에서 통근열차 사고가 났다. 100여명이 넘게 죽고 500여명이 넘게 다친 일본국철 최악의 이 사고는 ‘1분 30초’의 문제였다. 1분 30초… 아침통근 열차가 정시도착을 하지 못하고 1분 30초가 지연되자 마음이 다급해진 기관사가 과속을 하다 커브 길에 감속에 실패하면서 사고가 난 것이다. 한국에서 이와 같은 사고가 났다면 후진국적인 사고라고 비난할 세계언론들도 일본의 이 사고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하게 보도를 했다. 오히려 이 사고는 일본이라는 나라의 완벽주의를 세계에 더욱 홍보시켜주었다. 1분 30초의 기차 연착도 허용되지 않는 사회...

무언가를 정확하고 오점없이 해내야 하는 사회적 완벽주의는 구성원 모두를 다그쳐 항상 긴장상태를 유지하게 한다. 자신의 책임 하에서 실수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긴장이 모든 사회에 팽배해있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에서는 가끔 사람들의 긴장이 풀리는 때가 오면 사람들이 달라진다고 한다. 전에 알던 그 사람이 아닌 숨겨진 다른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마치 영국의 전형적인 모범시민이 축구장에 가서는 전혀 다른 형편없는 모습으로 변하는 것처럼 말이다. 사회적 스트레스로 인한 ‘변형’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일에 완벽을 추구하는 개인들도 완벽주의 성향으로 삶이 많이 피곤해진다. 자신의 삶만 피곤한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삶도 피곤해진다. 뿐만 아니라 개인적 완벽주의 성향은 남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고, 사실이다. 또 그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방법에 따라 극단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우리는 얼마 전 그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무현대통령을 겪었다. 그는 완벽주의에 결벽증까지 있었으니 ‘그’ 다운 선택이었다. 그러나 손해를 본다고 해서 완벽주의를 회피하거나 비난할 수도 없다. 다만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 인간은 누구나 다 실수를 하며 살아간다. 흠이 없는 완벽한 인간은 결코 있을 수 없다. 다만 흠이 없는 완벽한 존재로 살아가기 위한 우리의 노력만이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