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왕따국가입니다.

아랍국가들 곁에 있지만 이란은 아랍이 아닙니다. 문화적으로, 종교적으로 또 인종적으로 아랍과 매우 다릅니다. 종교적으로는 예언자 모하메드 사후 후계자 승계 문제로 아랍의 다수 수니파와 달리, 그들과는 철천지 원수관계인 시아파로 갈라져 나왔으며, 문자는 아랍문자를 사용하지만 언어는 아랍어와 다른 인도유럽어 계통의 페르시아어이며 민족적으로도 아랍민족이 아닌 페르시아 민족입니다. 페르시아민족은 우리가 흔히 시드니에서 들을 수 있는 ‘코카시언’의 일파입니다. 맨리데일리같은 지역신문에서 어떤 범인에 대한 인종적인 분류를 할 때 백인을 지칭하는 말로 ‘코카시언’이란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백인들의 근원을 넓게 볼 때 중앙아시아 남부의 코카서스지방으로 보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 코카서스지역에서 서쪽으로 이동한 민족이 유럽인이 되었고, 남쪽으로 이동한 민족이 이란과 인도에 정착했다고 합니다. 이란은 지리적으로도 아랍과 같은 사막지대가 아닌 고원지대에 위치해있습니다.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이란에는 춥고 눈내리는 지방이 많습니다.)

기원전 300년경 그리스의 알렉산더 대왕과 7세기 아랍족에게 그리고 13세기 초 몽골제국에 점령당하는 등 격동의 시절을 겪었지만 페르시아인들은 기원전부터 줄기차게 강력한 국가들을 세워 주변 국가들을 위협하는 지역의 강자로서 인상적인 역사를 이루어왔습니다. 구약 에스더서에 나오는 바사의 다리오왕과 그 아들 아하수에로 왕(크세르크세스왕) 시절 페르시아는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그리고 기원후 이란은 로마와 서부 국경선을 맞대며 로마세력의 동진을 막았습니다. 당시 로마와 페르시아는 일승일패의 호각지세를 이루었는데, 3세기에는 로마황제를 전쟁포로로 잡은 적도 있었습니다. 근대화에 뒤처져 미국의 영향력 하에 있던 1978년에는 친미 팔레비왕조의 독재 공포정치에 대항해 이란 이슬람혁명이 일어났습니다. 그 결과 이란은 단 몇 달 만에 왕정이 폐지되고, 미국의 최고 우방이자 중동의 교두보에서 한 순간 최악의 적대국가로 변하게 됩니다. 이란은 혁명의 여파로 정규군이 와해되고 국가의 모든 기관과 조직들이 채 정비되기도 전에 미국의 부추김을 받은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로부터 침략을 받게 됩니다. 혁명의 어수선한 틈을 타고 쉽게 전쟁을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미국, 유럽 그리고 아랍 세계의 지원을 받아 전격적으로 이란을 침공하여 이란 이라크 8년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이 전쟁이 발발했을 때, 8년을 싸울거라고는 누구도 예견하지 못했습니다. 쉽게 끝날 줄 알았던 전쟁은 이란의 불가사의하고 기적적인 반격에 의해 오히려 이라크의 일부가 점령당하는 사태까지 발생했습니다. 두 나라는 전쟁을 빨리 끝내기 원했지만 아무 명분도 없고, 소득도 없이 피만 흘린 채 전쟁을 휴전으로 끝낼 수는 없었습니다. 정권의 안위가 달려있었으니까요. ‘전쟁은 인간이 일으키지만, 신만이 끝낼 수 있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전쟁이었습니다. 모든 자원이 소진된 8년 뒤, 100만명의 희생자를 남긴 채 전쟁은 종료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아랍세계는 종교적인 이유로, 유럽 국가들은 역사적인 이유로 위협적인 이란을 항상 경계하고 견제해오고 있었습니다.

이제 핵개발로 미국과 맞선 이란은 미국의 힘을 극복하고 다시 용틀임을 하려고 합니다. 과연 그들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