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민의 땅을 찾아서         이상달 목사 (창조교회담임)

“전 우주는 하나님의 왕궁”    

  우리가 성경을 열면 처음 대면하는 본문이 창세기1:1절이다. 창세기1:1절은 하나님이 어떤 분이시며, 하나님은 어떠한 일을 하셨는가를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하나님은 영원하신 삼위일체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은 영원세계에 속하시고 우리는 유한한 시간세계에 속해있음을 깨닫게 된다. 유한은 무한을 파악할 수가 없다. 우리는 무한하신 하나님께서 은혜와 믿음을 주실 때에야 비로소 그분을 만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하나님을 아는 참 지식에 이르는 길은 오직 믿음뿐이다. 우리 함께 믿음으로 선민의 땅을 주신 의미와 목적을 근원부터 찾아가보자.

  영원하신 하나님은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창설하심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셨다. 창세기1:1- 2:3절까지는 장엄하신 하나님(엘로힘)의 이름권세로 천지 창조하심을, 2:4절부터는 여호와 하나님(여호와 엘로힘)의 이름권세로 인간과 에덴동산을 중심으로 창조의 대략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우주만물을 창조하시고 인간을 세우신 목적은 하나님의 나라가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는데 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나라는 성경 전체의 주제요, 우리의 삶의 목적이다.

  하나님은 자신이 만든 하나님의 나라에서 사람들이 복을 받고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영광이 나타나기를 원하셨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창조 사역의 목적이다. 즉, 지상의 하나님 나라는 영원부터 함께 하신 성부, 성자, 성령님이 함께 일하신 결과이다.

  아직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을 때 하나님께서 “빛이 있으라”(창1:3)하시니 곧 빛이 있었다. 고요하던 이 땅에 아름다운 피조물들의 합창이 가득 찼다. 하나님의 나라는 아름답고 정교하여서 이 세상의 어떤 글과 책으로도 다 그릴 수가 없었다. 찬송가 404장을 작곡한 F. M. Lehman은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삼아도 다 기록 할 수가 없다고 하나님의 사랑을 고백했다.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것들은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다. 그리고 친히 이 나라를 가꾸시고, 지키시고, 다스리시고 계셨다.

  하나님은 이 일을 위해 대리통치자로 사람을 세우시기로 하셨다.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성부, 성자, 성령님)가 사람을 만들고, 그로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육축과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자”(창1:26), 하나님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만든 사람에게 복을 주셨다. 하나님은 자신이 만든 하나님 나라의 최고 책임자로 사람을 세우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 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내가 온 지면의 씨 맺는 채소와 씨가진 열매 맺는 모든 나무를 너희에게 주노니 너희 식물이 되리라”(창1:28-29). 하나님의 나라는 이처럼 여섯째 날까지 모두 완성되었다.

 그리고 일곱째 날 하나님은 안식하셨다. 하나님은 일곱째 날을 복주셨고, 거룩하게 하셨다. 그리고 하나님은 사람들도 이 날은 안식하여 하나님이 창조하신 놀라운 역사를 기억하며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베푸신 사랑과 은총을 되새기도록 하셨다. 그래서 인간은 이 쉼의 날이 있음으로 해서 더 깊이 하나님을 알고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따라서 인간은 하나님 나라의 청지기로서 하나님을 대신하여 이 나라를 가꾸며 다스려야한다. 우주의 청지기로 세움을 받았기 때문에 우리가 할 일은 참으로 막중하다. 그리나 우리는 이 나라는 사람 누구누구의 소유가 아니라 하나님의 소유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국가의 3대 구성요소를 영토, 국민, 주권이라고 한다. 토지로써 구성되는 국가영역은 영토가 없다면 국가가 형설 될 수 없으며, 국가의 구성원인 국민이 없다면 국가란 이루어질 수 없고, 국가의 의사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최고의 권력인 주권을 잃어버리게 되면 영토나 국민이 존재한다 해도 아무 의미가 없게 된다.(주권은 국가의 절대적이며 영구적인 권력이다-장 보댕)  그러므로 국가의 3대 구성요소 중에서도 주권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하나님의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국가의 3대 구성요소가 필요하다. 그러나 하나님의 나라는 일반적인 세상 나라와는 달리 왕이신 하나님의 주권에 의해서 움직이는 나라이다. 창조- 타락- 구속- 완성의 모든 과정을 하나님께서 역사를 주관하신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인간의 안녕을 위해서 존재하는 분이 아니시다. 인간이야말로 하나님으로 인해 존재하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살아가게 되어 있다.  

  하나님 나라의 주권자이신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그의 영광스러운 나라를 이루어 가기 위해서 천지만물과 사람을 창조하셨다. 그리고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을 받은 인간과 맺은 언약의 선물로 땅을 주셨다.

  전 우주는 하나님의 왕궁이다. 하나님의 주권은 하나님의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모든 세계에 미친다. 그런데 천지창조를 묘사하는 창세기1-2장은 하나님의 왕궁의 중심을 땅(지구)에 두었다. 그래서 에덴동산은 땅의 이상적인 모델이다. 창세기 2:8절, 우리말 번역에 “여호와 하나님이 동방에 에덴동산을 창설하시고 그 지으신 사람을 거기 두시고”, 여기 “거기두시고”를 원문에 보다 가깝게 번역한다면, “심으셨다”는 말로 번역함이 바르다. 하나님은 하나님의 왕궁인 에덴에 사람을 심으시고 하나님과 함께 살기를 원하셨다. 그리고 그 백성들로부터 영광을 받으시기 위해서 언약을 체결하셨다.

  언약은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영광의 보좌를 버리시고 이 땅에 내려오셔서 인간에게 베푸신 호의이다. 그러나 첫 사람 아담은 언약에 불순종함으로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약에 신실하신 하나님께서는 그의 백성들에게 은혜를 베푸셨다.

  아담과 그의 후손에게 가나안 땅을 선물로 주시기로 다시 약속을 하셨다. 이 약속의 땅에 대한 부분적인 실현과 거룩한 전투와 긴장의 교차는 새 시대를 사는 새 백성으로서 영원한 본향을 사모하게 한다.

  그 예는 하나님의 은혜로 선택함을 받은 아브라함이 갈대아 우르를 떠나 약속의 땅을 차지하는 과정에 잘 나타난다. 아브라함과 그의 조카 롯의 싸움은 겉으로 보기에는 목자들이 양떼를 가지고 싸웠던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땅을 누가 소유하느냐에 대한 영적인 싸움이었다. 롯은 육신의 생각에 사로잡혀서 요단들을 택했고, 아브라함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를 따라 가나안을 취하게 되었다(창13장). 이어지는 긴장은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가 죽었을 때, 헷족속이  아브라함의 아내 매장지를 놓고 이미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땅을 상거래 방식으로 흥정하는 가운데 나타난다. 아브라함은 장차 후손들이 약속의 땅에 들어갈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은 400세겔을 주고 그 땅을 샀다(창23장).

  그 끈질긴 전투와 긴장은 야곱이 꿈에 받은 계시를 통해서도 나타난다. 야곱이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계시는“벧엘로 돌아오리라”이다(창28장). 야곱이 하나님으로부터 계시를 받고 외삼촌의 집에서부터 시작하여 벧엘로 다시 돌아오는 과정 중에 피나는 전투가 있었다. 야곱은 하나님의 언약의 말씀을 마음에 품고 그 언약을 이루어 가는 과정에서 두 아내를 얻기 위해서 14년, 자기의 재산을 이루기 위해서 6년의 세월, 합하여 20년의 망명생활 동안 실로 고난의 세월을 보냈다. 이뿐 아니라 그가 세겜 성에서 잠시 머무는 동안 딸 디나가 강간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소식을 들은 야곱의 아들들은 복수를 위해 하나님께서 선민과 이방인을 구별하는 은혜의 수단으로 주신 할례를 사람을 죽이는데 잘못 사용한다. 하몰과 세겜을 속임으로써 모든 남자들을 죽음으로 몰고감으로 인해 긴장이 더 고조되기도 하였다. 이 사건을 통해 야곱은 하나님의 나라는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나라가 아님을 철저하게 깨닫게 된다.

  하나님께서 땅의 기근을 내리심으로 언약백성들을 애굽으로 이주시키는 장면은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야곱, 요셉, 바로). 또한 야곱과 요셉의 자기 “해골을 메고 올라가라”는 유언을 통해서도 거룩한 전투는 계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의 현 신앙생활에서도 거룩한 싸움과 긴장은 계속해서 수없이 교차되고 있음을 깨닫게 하는 내용이 창세기이다.

  새 언약의 빛 아래서 창세기를 재해석 해보면, 아담의 범죄로 인해 잃었던 하나님 나라에 예수님께서 복음을 선포하자 죄악이 물러가고, 회복되어 진정한 새 나라가 임했다. 예수님은 세례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으심으로 하나님 나라의 왕으로 취임하시며 온유한자가 땅을 기업으로 받으리라고 선포하셨다(마5:5). 온유한 마음을 품은 자만이 예수님께서 이루신 새 하늘과 새 땅을 상속받게 될 것이다.  - 이원고는총회 개혁공보에 이전주에 실린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