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는 대략 기원전 700년경에 이탈리아 반도 중부에서 도시국가로 기원하여 서기 476년 서로마제국이 멸망할 때까지 일천년을 넘게 지속되었습니다. 로마의 영향력이 워낙 강대했기 때문에 심지어 서로마의 멸망 이후에도 수백년간 로마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또는 그 이름에 기대어 나타난 나라들도 많았습니다. 독일의 독재자 히틀러도 자신의 나치제국을 제 3제국이라고 불렀는데 그 배경에는 신성로마제국을 독일제국의 기원인 제 1제국으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작은 도시국가에서 출발한 로마는 어떻게 그렇게 큰 영향력을 후세에 남길 수 있었을까요?

로마가 처음으로 싸워 복속시킨 도시국가는 바로 옆의 강원도만한 에트루리아였습니다. 그런데 로마인들은 이상하게도 패배한 에트루리아인들을 그 당시의 관행대로 살처분하지도, 노예로 부리지도, 또 차별 대우하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신들과 동등한 지위를 주고 형제로서 포용하였습니다. ‘승자독식’이 아니라 ‘승패자공존’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와 같이 공존으로 시작한 로마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포용은 카이사르의 갈리아정복에서 드러납니다. 갈리아는 지금의 프랑스지역이고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켈트족의 일부인 ‘골족’이었습니다. 골족들은 일찍부터 바지를 입었는데, 치마 비슷한 옷을 입는 로마인들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카이사르는 자기에게 저항했던 바로 그 갈리아지역의 부족장들에게 자신의 성인 카이사르를 하사하고, 갈리아에서 그들의 기득권을 유지시켜줄 뿐 아니라, 로마제국의 국회격인 원로원의 일원으로 받아들여 중앙정치에 등장시키는 급진적인 포용을 하게 됩니다. (당시 갈리아인들은 로마인들과는 문화와 인종적으로 많이 달랐고 로마인들은 그들을 야만인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카이사르의 이러한 급진적인 포용정책은 결국 기득권 세력의 반발을 사게 되고 그는 암살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로마제국에 포용이 된 이방인들은 오리지널 로마인보다 더욱 로마인답게 변하게 됩니다. 심지어 로마제국의 중기 이후에는 피정복지 출신의 황제들이 대다수 나오게 될 뿐 아니라, 훌륭한 황제가 되어 역사에 길이 남기도 했습니다. 폐쇄적인 동아시아 문화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마치 일제식민지 시대에 어느 뛰어난 조선인이 일본 천황이 되고 일본 국회의원과 각료가 되는 것과 비교할 수 있습니다. 만일 일본인들이 그만큼 식민지를 포용하고 기득권을 나누었다면, 아마 조선은 두 번 다시 독립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아니 독립을 할 필요도 없었을 것입니다. 서로가 완전히 동화되어 지금까지도 하나의 나라로 남아 있을 겁니다.

그러면 이러한 포용이 모든 제국에서 항상 잘 통하기만 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