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기독교를 가장 먼저 국교로 지정한 나라는 어디일까요?

로마제국보다도 12년이나 더 빨리 기독교를 국교로 인정한 나라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아르메니아입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가며 주변의 모든 국가들이 이슬람화 되어가는 과정에서도 굳건하게 2천년 동안 아르메니아 정교회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아르메니아 정교회는 5세기 중반부터 예수의 신성만을 인정하고 인성을 부정하는 그리스도 단성론교리를 고수하면서 주류 기독교계와 멀어졌습니다.) 아르메니아는 매우 험난한 고난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그 고난 중에는 종교적인 이유로 인한 것도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또 종교로 인한 아르메니아의 수난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아르메니아는 약소국의 대명사입니다. 기원전 한때 동방에서 잠깐 강력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로마시대에는 강대국 로마와 페르시아의 전신인 파르티아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는 국가였습니다. 보통 두 국가 중 한 국가의 속국이었는데 대부분 로마의 영향하에 있었습니다. 로마제국 이전에는 그리스 지배하에, 알렉산더 대왕의 사후에는 그의 수하 장군이 통치하던 시리아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로마제국 이후에는 비잔틴제국의 지배를 받았고 그 이후는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페르시아의 지배 후,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장장 400년이나 받게 됩니다. 마지막으로는 소련 연방에 속해있다 1991년 독립했습니다. 아르메니아가 이와 같이 파란만장한 역사를 겪으며 지금도 존재하고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 입니다. (외국의 누군가는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일본 사이에 끼어서 지금까지 생존하고 있는 대한민국을 경이롭다고 표현했지만 우리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입니다.) 물론 역사의 굴곡을 따라 국경선의 변화도 상당했고 민족의 수난도 엄청났습니다. 지금은 다 찌그러 들어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의 산악지역에 매우 작은 영토밖에는 남지 않았는데, 노아의 홍수에 나온 아라라트 산을 기독교 국가답게 민족의 성산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산도 지금은 터키 영토 내에 있습니다.

‘아르메니아 대학살 부정 금지법’이란 긴 이름의 법이 지난달 초 프랑스 의회를 통과하고, 곧 대통령령으로 공표될 것 같습니다. 이 법은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제국’이 러시아와 전쟁을 하며 기독교계 아르메니아인들을 대규모로 학살한 (일백여만명 안팎으로 추정) 역사적인 사건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부인하는 경우 1년의 징역이나 4만5천유로의 벌금에 처하는 것이 그 골자입니다.

아르메니아가 약소국가인만큼 그들의 권리까지도 강대국 프랑스가 대신해주는 것 같아, 말은 바른 말이고 법은 옳은 법입니다만 어째 그 긴 이름의 법이 떫더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