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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5-04-20 08:40

가을 수련회

글쓴이 : 해빈아빠

2박 3일로 가을 수련회를 다녀왔습니다.

1박 2일로 갔었던 예년과는 다르게 단 하루가 더 늘었을 뿐인데 아이들에게 그렇게까지 큰 즐거움이 될 줄 몰랐었죠. 이번 수련회를 계기로 학생부 한사람 한사람 아주 행복하게 생활하길 빌어봅니다.

출발 당일. 예정보다 조금 늦은 출발이었습니다. 전도사님과 순범선생님이 당일 새벽까지 수련회를 준비하시다가 그만 작은 문제(?)가 생겼죠. 그래도 남집사님의 순발력있는 대처로 그렇게 많이 늦지는 않았습니다. 약 두 시간 정도 걸렸는데 아이들은 조금 지루한 듯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도착과 함께 분위기가 갑자기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조를 나누고, 방을 배정하고 그리고 종관이 엄마인 최미진 성도님의 준비해주신 카레로 맛있는 점심을 먹은 우리들은 조별모임을 가진 후 실내에서 조별 대항전까지 벌였죠. 조별대항전의 MVP는 누가 뭐래도 샬롬이였습니다. 아기돼지(몸을 움츠려 다리로 상대를 넘어뜨리는 시합)게임에서의 놀라운 샬롬의 파워는 승종이 정욱이 준병이를 차례로 쓰러뜨리기까지 했으니까요.

이 조별대항전의 결과로 아이들 스스로 저녁을 준비했습니다. 메뉴는 떢볶이. 맛도 맛이지만 스스로 식사를 준비한다는 것이 또한 즐거움이었습니다. 자체로도 조금 매운 느낌이 들었는데, 승종이와 누리와 해영이는 거기에 월남고추를 잘라 넣어 먹었죠. 정말 무서운 십대들입니다.

식사 후 간단히 자유시간을 즐긴 후 가진 첫 날 예배. 순범선생님의 찬양인도로 시작한 예배는 정말 은혜로운 시간이었습니다. 간단한 워십댄스도 배우고 처음 접하는 찬양도 배우고, 그리고 은혜로운 말씀까지. 교회에서 조금 지루하게 드려졌던 예배와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조별로 모여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맘껏 얘기를 나눴으면\'하는 바램으로 마련한 시간이었는데 생각같이 되질 않더군요. 좀 더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자, 이제 취침시간! 그런데 아이들이 다 방에 갈 생각을 안 합니다. 무척 피곤해 보였지만 왠지 뭔가 더 있었으면 하는 바램의 얼굴들이였죠. 결국 즐거운 게임을 하고, 라면으로 야참을 먹고 나서 새벽 1시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물론 피곤하셨던 전도사님과 순범선생님은 일찍 사라지셨죠.^^

둘째날. 부시시한 눈을 비비며 큐티에 참석한 아이들. 그렇지만 시작과 함께 진지해지기 시작하는 우리 아이들. 아직 큐티가 뭔지도 모르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제 학생부 아이들도 큐티를 할 수 있겠다는 설렘을 갖게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간단히 씨리얼과 빵으로 아침을 먹고나서 기다리던 성경퀴즈시간을 맞이했습니다.

범위는 요한복음 1장에서 11장까지. 몇 명 장난꾸러기(?)들을 제외하고 모두 열심히 준비를 했죠. 그런데, 그냥 뻘쭘하게 있을까 싶어(난 문제도 안 봤으니) 몇 몇 애들에게 예상문제를 만들어서 얘기를 해주었죠. 제 예상문제를 옆에서 듣고 있던 전도사님, \'이게 왠 쪽집게 과왼가\'하는 생각으로 문제를 조금씩 수정하기 시작했죠. 퀴즈시간이 끝나고 알게된 일, 제가 너무 쪽집게였습니다. 전도사님 죄송 ^^: 결과는 강력한 우승후보들인 목사님 자녀들을 제치고 한누리양이 1등을 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죠.

그리고 야외에서 벌인 조별대항전. 이 날의 MVP는 정종관. 전체 학생부의 막내임에도 불구하고 아빠에게 전수(?)받았는 지 발군의 테니스실력을 발휘했고, 피구에서는 있는 듯 없는 듯 모르게 왔다갔다 하며 자기 조의 승리를 가져다준 역할을 했었죠. 물론 승종이의 엄청난 공을 받아낸 누리의 실력도 인정해야겠죠!
점심식사. 메뉴는 한누리표 파스타. 나의 약점을 알았는지 파스타에 약간의 월남고추를 넣은 무서운 십대(누군지 알지?)!-_- 그런데 더 무서운 건 그들은 거기에 월남고추를 더 넣어서 먹었다는 것임. 정말 소름이 끼친다. 으~~~!

식사 후 날씨가 조금 안 좋았지만 모두가 원하고 있어서 해변으로 갔습니다. 축구도 하고 씨름도 하다가 알아서 놀라고 했더니 갑자기 사람들이 변하더군요. 결국 몇 사람만을 제외하곤 다 바닷물속에서 침례를 받은 꼴이 됐죠. 그런데 돌아와서 제가 찍은 사진을 보니, 제일 신이나서 장난을 친 사람은 다름아닌 순범선생님과 전도사님!(증거로 사진을 갤러리에 올립니다.ㅎㅎㅎ)

해변에서 돌아오니 불쌍하게 핸드폰오락을 하고 있는 정욱이가 보였습니다. 식사 전에 놀다가 그만 어깨부상(?)을 당해서 해변에 가지 못했죠. 참, 식사 시간에 부상당한 정욱이를 재용이가 간호(?)하며 식사수발을 들어주었답니다. 훌륭하죠, 우리 재용이?

조별 성경공부시간을 중고등부로 나눠 시간을 가진 후 기다리던 삼겹살파티를 했습니다. 식당 사정상 고기를 구우면서 먹을 수 없어 한쪽에서 굽고 한쪽에서 먹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해영이의와 다른 사람들의 봉사(?)로 정말 맛있는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죠.

첫째날 예배도 은혜스러웠지만 둘째날은 더 했습니다. 수련회에 참여한 학생들 모두의 얼굴이 조금 변해있는 걸 서로가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죠. 예배 후 조별, 개인별 장기자랑 시간을 가졌습니다. 작년 \'장미원\'의 노래방시설이 없어 좀 아쉬었지만 그래도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재용이와 누리가 보여준 장기자랑이 계속 기억에 남는군요. (이건 잘 설명을 못하겠네요.^^)

그리고 두번째 대화의 시간을 가진 후 다시 시작된 게임. 마지막 날 저녁이라 모두들 헤어지기가 아쉬운지 하품을 하면서도 아무도 자리를 뜨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날도 전도사님과 순범선생님이 먼저 떨어지고 (물론 저 역시) 아이들은 꼬박 밤을 새웠답니다. 정말 무서운 아이들이죠?

아침에 일어나보니 다들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마지막 프로그램까지 끝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마지막 프로그램은 \'간증의 시간\'. 자기의 천사가 누군지 알게되는 시간이었고, 더불어 수련회에 대해 자기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모두들 이번 수련회를 통해 많은 걸 느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시상도 하고 선생님들이 친구들 한사람 한사람 이름을 불러가며 수련회를 통해서 느낀 점들을 얘기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돌아오는 길. 누가 무슨 말도 하기전에 다 눈을 감았습니다. 잠을 자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겠죠. 그렇지만 자다가 살짝 깨서도 눈을 뜨지 않았을 겁니다. 2박 3일 동안 즐거웠던 기억들을 떠올리고 싶어서 말이죠. 그리고 그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려고 눈을 감은 채 자는 척 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정말 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그리고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