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마치 품질이 아주 다른 두 개의 땅덩어리를 가져다 붙여놓은 것 같이 생겼습니다. 그 경계선은 원산에서부터 시작한 좁고 긴 골짜기로, 서울을 거쳐 서해로 빨려 들어가며 한반도의 허리띠 모양을 하고 있는 추가령구조곡입니다. 한반도의 지하자원 중 가치 있는 97%가 북한에 존재한다고 하는데, 여기서 북한이란 마치 분단의 상징같이 생긴 이 추가령 구조곡 이북을 지칭해야 옳은 구분일 것입니다.

남한과 북한은 1948년 거의 동시에 새 출발을 하였고, 6.25라는 내전을 겪으며 잿더미가 되었지만 북한에는 여전히 남한과는 비교할 수 없이 많은 지하자원과 산업시설 기반들이 존재했습니다. 체제 경쟁을 벌이던 두 나라는 1980년대를 넘어서면서 남한의 경제력이 북한보다 앞서 나가기 시작했지만 북한도 산업화된 살만한 나라였습니다. 1984년에는 남한의 홍수피해에 대하여 북한이 대규모 수재물자를 보내어 지원하며, 형제애와 더불어 자신들의 체제의 우월성을 과시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가진 것이 많은 북한이 왜 오늘날 세계 최빈국 중 하나가 되었을까요?

1991년 12월 공산주의 종주국 소련은 더 이상 스스로를 지탱하지 못하고 해체됩니다. 공식적으로 망한 것 입니다. 종주국 소련이 망하여 해체되자, 그 동안 북한이나 쿠바와 같은 공산주의 형제국가들에게 거의 거저 주다시피 지원하던 석유와 가스가 뚝 끊겼습니다. 그때부터 에너지를 구매하려면 공산주의 국가들도 달러로 결제를 해야 했는데 북한은 경화(硬貨)가 없었습니다. 바로 그것이 큰 문제였습니다. 소련이 지원하던 그 에너지를 이용하여 식량을 생산하던 북한은 즉시 식량생산에 큰 타격을 입게 되었는데 1993년부터는 농업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받게 됩니다. 에너지가 곧 식량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에너지난은 북한에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중미의 공산주의 국가 쿠바도 똑 같이 에너지로 인한 식량위기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두 나라의 대응은 매우 달랐습니다. 쿠바는 이념에 관계없이 매우 유연한 대응을 하였습니다. 위기를 맞이하여 공산주의 이론에 어긋나지만 시장과 개인 경작을 장려하고 정부의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비료 대신 유기농 방식 등으로 인민 각자가 스스로 먹고 살길을 찾도록 유도하였습니다. 반면에 북한은 정반대의 선택을 하였습니다. 자본주의의 상징인 개인 텃밭도 장마당도 금지하고 공산주의 이론에 입각하여 융통성 없는 교조주의적 대응을 하였습니다. 수년 후, 그 결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쿠바는 위기를 극복했지만 북한에서는 1990년대 중반 수백만명이 굶어 죽는 비참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것입니다. 과연 공산주의는 그렇게까지 라도 해서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사상이었을까요?

1994년 7월 인민들에 대한 배급이 끊긴 것을 뒤늦게 알게 된 김일성이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하며 위기국면을 타개해보려다가 과로사한 이후, 고난의 행군 속에서 여전히 허우적대고 있던 조선인민공화국의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도 결국 지난 12월 17일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 처럼 많은 배고픈 인민들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역사의 한 쪽이 넘어가는 지금, 새롭게 펼쳐지는 페이지에서 북한이 제 2의 티벳이 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