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가끔씩 어느 분야에 아주 훌륭한 재능을 가진 친구들을 만난 적이 있다. 영어, 수학을 잘하는 친구들이야 어느 학교에서나 훌륭한 학생으로 취급받지만 그 외에도 다른 많은 재능들을 가진 학생들이 존재한다. 지금도 기억나는 필자의 중학교 때 한 친구는 백묵에 연필깍기 칼로 조각을 새기는데 감탄할 만한 재주를 가진 친구도 있었고, 노래를 한번만 들으면 악기로 음을 재연해내는 친구도 있었다. 하나님은 모든 인간에게 각자의 달란트를 주셨다. 그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 나라에도 ‘굼벵이도 기는 재주는 있다.’라는 만인 달란트(?)설에 관련된 속담이 있지 않은가?

자녀들이 가진 이 달란트를 어떻게 발굴해서 키워주고, 인도해 주는가하는데 우리 어른들의 고민이 있지 않은가 싶다. 고 정주영회장의 넷째 아들은 예술적인 소양이 많은 성격의 소유자였다고 한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예술 활동을 했다면 아마도 대한민국 예술계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을 것이다. 상당한 재력도 소유했으므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 뿐 아니라 더 많은 문화적 기여를 우리 사회에 끼쳤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현대그룹의 사장이라는 몸에 맞지 않은 옷을 물려 입고 나서, 어느 날 시내의 한 호텔 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내 주변에는 건축가가 되고 싶었던 치과의사, 하버드 대학을 나왔지만 자신의 전공이 결국 자신의 직업이 되지 못한 청년, 그리고 대학에 입학할 때부터 자신과 자신의 달란트에 대한 심각한 고려가 없었던 이유로 유명 대학을 졸업 후 자신의 공부와는 무관한 분야의 장사를 하게 된 청년 등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호주에서도 ‘누구 자녀가 유명대학에 입학했다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그들이 사회에 나와서 얼마나 잘 되었다는 말은 듣기 어렵다’ 고한다.

요즘 대한민국의 자녀 양육은 엄청난 물량을 쏟아 붓는 제조업에 비교된다. 투입되는 물량에 따라 제조품의 가치가 결정되어 나온다고한다. 그러나 이러한 계산 속에서 흔히 자녀들의 달란트는 무시되곤 한다. 사회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필요로 하지만, 자신의 적성과 소질은 무시하고 의대, 법대에 많은 학생들이 몰리는 이유는 그저 ‘돈’과 ‘권력’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호주에 발을 딛고 있는 우리는 이러한 한국식 자녀 양육보다, 모든 직업이 평등하며,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조성되어 있고, 또 직업에 따른 소득의 격차도 ‘비교적’ 적은 호주식 교육과 사회의 장점을 충분히 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자녀들의 달란트를 찾아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대학입시를 위해 쏟아 붓는 물량의 10분의 1만이라도 투자한다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그것은 바로 행복에의 위대한 출발점이기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