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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12-22 12:06
혼주 포기 선언
 글쓴이 : 북부해변장…
조회 : 1,365   추천 : 0  

1980 년대 제가 결혼을 하던 시절, 한국 남자들이 보통 결혼을 하는 나이는 27, 28살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 3년에 대학 4년 그리고 취업을 하고 나면 대개 그 나이가 됩니다. 제 친구들 중에는 결혼 상대가 있었지만 취업을 하지 못해서 결혼을 미루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취업이 결혼에 필수적인 요소인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경제적인 독립이 가능해야 결혼생활도 유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조선시대에는 남자는 16세부터 여자는 14세부터 성혼이 가능하다는 기록이 경국대전에 나와 있습니다. 그것도 고려시대에 성행했던 조혼을 막기 위해 만든 법이라고 하니 예전에는 더욱 이른 나이에 결혼들을 한 것이 틀림없어 보입니다.

저 는 25살에 결혼을 했는데 결혼 당시 전혀 경제적인 능력이 없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훌륭한 미래는 있었지만…)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결혼 예식에 있어서 경제적 능력이 없다는 것은 그 모든 결정 과정에서 배제된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실제로 신혼 여행지를 결정할 권한도 저에게는 없었습니다. 산을 좋아했던 저는 산을 가고 싶었지만 부모님은 제주도로 결정하셨습니다. 제주도를 설악산으로 바꾸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제주도는 남들이 다 신혼여행을 가는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가능하면 남과 다른 선택을 하지 않는 부모님과 가능하면 남과 다른 선택을 하는 저의 의견이 갈렸지만 결론은 부모님의 의지대로 되었습니다. 반면에 호주 사회는 어떻습니까? 이곳에서 젊은이들이 결혼할 때 드는 평균 비용은 한국에서의 그것보다 비교적 적게 들어갑니다. 그리고 전세의 개념이 없어 셋집을 구하는데도 한국보다 몫돈이 적게 들어갑니다. 웬만한 직장을 가지고 있으면 결혼을 하는데 전혀 경제적인 무리가 없습니다.

혼 주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혼사를 주재하는 사람’ 으로 보통 신랑 신부의 아버지입니다.  혼주란 문자 그대로 그 혼사의 주인입니다. 혼사의 주인공이 결혼식을 올리는 신랑, 신부가 아니라 그 부모님이라는 소리입니다. 이러한 개념은 봉건사회에서 특히 유교적 봉건사회에서 신랑, 신부가 경제적 권한이 없는 연소한 나이에 서로 얼굴도 모르고 결혼하던 시절에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이 혼주라는 개념이 대한민국에서 일만킬로미터나 떨어진 호주까지 와서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자란 1.5세나 2세들은 이 혼주라는 개념을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다들 사회에서 독자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춘 상태에서 결혼하기 때문이고, 성인으로서 스스로의 삶에 책임을 지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입니다.

호주에 이민 와서 사는 우리들은 이제 어느 정도 이 혼주로서의 권한을 포기하는 선언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혼사의 주인공인 혼주 자리를 이곳에서 결혼하는 자녀들에게 많은 부분 넘겨 주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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